트럼프, HIV 치료·교육 등 65억 달러 지원 동결
러시아 군사안보·中 경제협력 강화로 공백 메워
인권단체 "러·중, 민주주의·인권 침해 묵인" 우려
러시아 군사안보·中 경제협력 강화로 공백 메워
인권단체 "러·중, 민주주의·인권 침해 묵인"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23년 8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마지막 날 중국-아프리카 지도자 원탁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0519400701212fbbec65dfb1161228193.jpg)
NPR은 2월 3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대외 원조를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아프리카 전역의 의료·교육 기관들이 활동 중단을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의약품, 의료 서비스, 식량, 주거지 등 "생명을 구하는" 지원은 원조 동결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USAID는 직원들에게 최고 승인 없이 외부인과 대화할 경우 징계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구호단체들은 공개 발언 시 영구적인 자금 지원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특히 HIV와 AIDS 퇴치를 위한 '대통령 긴급계획(PEPFAR)'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PEPFAR는 지난 20년간 25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4억4000만 달러(약 6387억원)를 지원했으며, 이 중 3억1500만 달러(약 4573억원)가 HIV/AIDS 프로그램 관련 자금이었다.
아론 모초알레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장관은 "미국이 연간 23억 달러(약 3조3389억원) 규모의 남아공 HIV/AIDS 프로그램 중 17%를 PEPFAR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매일 550만 명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은 우간다에서 수백만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던 무료 급식 프로그램이 중단되어 일부 학교가 등교 중지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남수단 북부에서는 홍수 피해를 입은 3000명의 이재민에 대한 구호 활동도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CNN은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리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모스크바에서 파우스틴-아르샹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안보와 관련된 매우 민감한 분야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CAR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쿠데타로 집권한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의 군부 정권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리비아 동부와 적도 기니에도 군사교관을 파견했다.
이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배은망덕을 보이고 있다"며 "사헬 지역 국가들은 프랑스군이 도착했기 때문에 주권을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쿠데타 때문에 떠났다"며 "반정부 시위대의 조력자가 되지 않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소재 국제개발센터의 찰스 케니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광물자원 통제권을 대가로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금위원회(WGC)는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아프리카에서 불법 금 거래로 약 25억 달러(약 3조6288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에브림 아아츠는 중국이 아프리카 130개 이상의 정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2027년까지 수천 명의 아프리카 군 장교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베이징 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수십억 달러의 재정지원과 1억4000만 달러(약 2032억원)의 군사원조를 약속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2019~2023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었다.
라울 발렌베리 인권센터의 무타심 알리 법률고문은 "러시아와 중국은 민주주의나 인권 침해에 관심이 없다"며 "이것이 두 나라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22년 보고서에서 러시아 바그너 그룹이 2019년부터 CAR에서 "민간인을 즉결 처형하고, 고문하고, 구타"했다고 폭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