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확산으로 산란계 수백만 마리 폐사
수입식품 관세 부과시 가구당 年 1200달러 부담 전망
조류독감 확산으로 산란계가 대규모 폐사하면서 미국의 계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외식업체는 계란값이 치솟자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수입식품 관세 부과시 가구당 年 1200달러 부담 전망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4일(현지시각) 산란계 폐사에다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 식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식품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농무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대형 흰색 껍질 계란의 전국 도매 거래 가격이 한 다스(12알) 당 6달러 70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15센트 상승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캘리포니아가 8달러 97센트로 가장 높았고, 뉴욕이 7달러 63센트, 중서부가 7달러 25센트를 기록했다.
농무부는 "한정된 물량에 대한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업 뉴머레이터가 1000명 이상의 계란 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계란 한 다스당 최대 4달러 90센트까지만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40%는 일반 계란을 구할 수 없을 경우 구매를 건너뛰겠다고 답했으며, 유기농 계란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시장조사기업 질리언트가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약 67%가 공급업체의 비용 상승에도 가격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질리언트는 성명을 통해 "소매업체들이 이전 품귀 상황과 같은 수준의 가격 인상을 시도할 경우 소비자 반발과 브랜드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계란 가격 급등으로 외식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대형 레스토랑 체인 와플하우스는 2월 1일부터 각 매장에서 계란 1개당 50센트의 할증료를 임시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3일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양국이 국경 조치 강화에 합의하면서 2월 4일부터 3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식품 공급의 85%를 자체 생산하는 농산물 순수출국이다. 그러나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액이 830억 달러를 기록해 미국 전체 농산물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과일·채소 공급국이며, 캐나다는 주로 곡물과 축산물, 육류를 수출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 부과 시 중장기적으로 채소와 과일, 견과류 가격이 1.8% 상승하고, 수입 제품은 4.7%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소비량의 80%를 차지하는 멕시코산 아보카도는 대체 수입처 확보가 어려워 즉각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예산연구소는 분석했다.
TD 코웬의 앤드류 찰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아보카도는 멕시칸 레스토랑 체인 치폴레의 원가 중 7~11%를 차지한다. 치폴레 측은 아보카도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찰스 애널리스트는 관세 부과로 인한 치폴레의 전체 비용 상승 폭을 0.5%포인트 미만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미션 프로듀스, 리모네이라, 칼라보 그로워스 등 아보카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는 소비자들의 대체 제품 구매 전환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제안된 관세로 미국인의 개인소비지출이 0.72~0.76%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가구당 연간 평균 1200달러의 구매력 감소에 해당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