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대만, 자동차·디스플레이용 구형 칩 시장서 중국에 밀려

글로벌이코노믹

대만, 자동차·디스플레이용 구형 칩 시장서 중국에 밀려

중국,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반도체 자급자족' 박차...한국 추월해 대만 턱밑까지 추격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부활도 변수...대만 "기술 고도화만이 살길"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화홍반도체,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에게 자동차와 디스플레이용 구형 칩 시장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화홍반도체,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에게 자동차와 디스플레이용 구형 칩 시장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무서운 기세에 대만 반도체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15년 중국 동부 도시 허페이와 새로운 칩 제조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던 대만 파워칩 테크놀로지는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 파워칩은 과거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뼈아픈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중국 공장으로 세운 넥스칩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4년 기준 전 세계 성숙 노드(구형) 제조 능력에서 34%를 차지한 중국은 43%인 대만을 턱밑까지 추격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은 베이징의 '반도체 자급자족' 현지화 요구에 발맞춰 파워칩이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겼던 중국 평면 패널용 집적 회로 제조 사업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

이후 중국은 대폭 할인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넥스칩은 화홍반도체와 SMIC(중신궈지)를 포함한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 중 하나로, 563억 달러(약 81조7363억 원) 규모의 소위 레거시 또는 성숙 노드 칩 산업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파운드리들은 가격 인하와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장 계획을 통해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패널에 사용되는 칩 시장에서 파워칩, UMC, 뱅가드 인터내셔널의 오랜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7년에는 중국의 점유율이 대만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과 미국은 한 자릿수 점유율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만 반도체 기업 임원들은 "대만 파운드리들이 후퇴하거나 더 첨단화된 특수 공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파워칩 투자 홀딩스의 회장이자 2019년 회사 재편을 통해 설립된 상장 자회사인 파워칩 매뉴팩처링 세미컨덕터 코퍼레이션의 프랭크 황 회장은 "우리와 같은 성숙 노드 파운드리는 변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가격 인하로 인해 우리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MC는 로이터에 "업계가 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인텔과 협력하여 더 첨단화되고 작은 칩을 개발하고 레거시 칩 제조에서 벗어나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반도체 기업 임원들은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무역 긴장으로 인해 중국 외부에서 제조된 칩을 찾는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고통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외부에서 제조된 반도체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혀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뱅가드 인터내셔널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SMIC, 넥스칩, 화홍반도체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첨단 칩 기술 수혈이 막힌 중국 파운드리들은 레거시 칩에 집중했으며 베이징의 강력한 자금 지원과 낮은 마진 수용으로 인해 대만 경쟁업체들보다 가격을 낮추었다고 대만 반도체 기업 임원들은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만 칩 설계 회사 직원 2명은 중국 고객, 특히 패널과 같은 소비자 중심 부문의 고객들이 대만 칩 설계 회사에 중국 팹을 고용하여 칩을 만들도록 점점 더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에게 공급망을 현지화하라는 요구에 따른 요청이라는 것이다.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텔레콤과 같은 중국 정부 관련 기업들도 중국산 부품 사용에 대한 더 엄격한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회사 IDC의 수석 연구 관리자인 갈렌 쩡은 대만 칩 설계 회사와 파운드리들이 공정을 전문화하고 레거시 칩에서 벗어나 다각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익성은 중기적으로 중국 경쟁으로 인해 여전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워칩의 프랭크 황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와 센서 칩에 대한 작업을 줄이고 컴퓨팅 성능을 향상시키고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로직 칩과 DRAM 메모리 칩을 통합하는 기술인 3D 스태킹으로 초점을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워싱턴이 중국의 칩 산업 성장을 억제하려는 노력과 베이징과 다른 국가들 간의 관계 악화로 인해 고객들이 공급망을 중국용과 비중국용 네트워크로 분리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에서 일부 안도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프랭크 황 회장은 로이터에 중국으로 갔을 주문 중 일부가 이미 대만 사업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상황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대만의 한 칩 설계 회사 임원은 2023년부터 중국 외부에서 칩을 만들어달라는 국제 고객들의 주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 임원은 "일부 고객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에서 칩을 테이프 아웃(Tape-out, 설계된 회로를 실제 칩으로 만들기 위한 최종 단계)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