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우려·세대 변화로 매출 감소... 무알코올 음료는 고성장

미국 젊은 세대의 음주 기피와 건강 인식 변화로 글로벌 주류 업계가 실적과 주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배런스(Barron's)가 보도했다.
지난 10일자(현지시각) 닐슨IQ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류 매출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1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주종별로 보면 와인이 금액 기준 3.5%, 판매량 기준 5.3% 감소했으며, 맥주와 사이더는 금액 기준 0.7%, 판매량 기준 2.9% 줄었다. 증류주도 금액 기준 1.1%, 판매량 기준 2.3% 하락했다. 다만 레디투드링크 음료는 금액 기준 3.8% 성장하며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갤럽이 2001년부터 실시해온 설문조사에서 하루 1~2잔의 음주도 건강에 해롭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해 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대비 1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재 미국인의 55%는 일반적인 음주자도 음주량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으며, 22%는 완전히 금주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주류 기업들의 주가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잭 다니엘스 위스키로 유명한 브라운-포먼의 주가는 지난 2년간 50% 이상 하락했으며, 조니워커 스카치위스키의 디아지오는 36% 하락했다. 코로나와 모델로 맥주 브랜드를 보유한 컨스텔레이션 브랜즈도 최근 1년간 31% 하락했다.
보스턴 비어의 경우 2021년 봄까지 주가가 4배 상승했으나, 현재는 24% 손실을 기록 중이다. 특히 사업 구조가 크게 변화하여 현재는 매출의 약 85%가 하드 사이다, 탄산수, 차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브라운-포먼은 실적 부진에 대응해 지난달 직원의 12%를 감원하고 켄터키주의 배럴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브랜드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MGP 인그리디언츠도 최근 분기 매출이 24% 급감하면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컨스텔레이션 브랜즈의 윌리엄 뉴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바구니에서 알코올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정하나, 전체 소비 바구니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프리스와 JP모건은 동사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캠퍼스 바 '에틸 앤 탱크'의 은남디 아닌웨제 공동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모든 업소가 타격을 입었다"며 "과거에는 학생들을 강제로 돌려보내야 했지만, 이제는 자정이나 새벽 1시면 바가 텅 빈다"고 전했다.
로스캐피털파트너스의 빌 커크 애널리스트는 주류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알코올 가격 상승, 합법적 스포츠 베팅의 등장, 부유 시장의 인구 증가 둔화, 비만 치료제의 영향" 등을 꼽았다.
반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무알코올 증류주의 판매량은 지난 5년간 연평균 60% 증가했다. 디아지오는 이러한 추세에 대응해 지난해 9월 무알코올 증류주 브랜드인 리추얼 제로 프루프를 인수했다.
무알코올 맥주 기업 애슬레틱 브루잉의 빌 슈펠트 공동창업자는 "지난해 1억 캔 이상을 판매했으며, 홀푸드에서는 전체 맥주 판매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현재 1.5%에서 20%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공중위생국장은 지난 1월 알코올이 예방 가능한 암의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하며, 포장에 새로운 경고 라벨 부착과 음주 가이드라인 재검토를 권고했다. 현재 미국 정부 지침은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1잔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주류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한국의 주류 시장은 독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주류 시장 규모는 10조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엔데믹 전환기였던 2022년에는 13.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NIQ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24 한국 주류 시장 리포트'는 주목할 만한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고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음주 문화가 '취하기 위한 술'에서 '맛있게 즐기는 술'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종 선호도에도 반영되어,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소주와 맥주는 2023년 각각 0.2%와 0.9% 성장하며 정체를 보인 반면, 칵테일과 하이볼 재료로 사용되는 일반 증류주와 리큐어 시장은 각각 14.8%와 80.8% 급성장했다.
이러한 소비 다변화를 반영하듯 2023년 한국의 주류 제조면허 보유 사업체는 3160곳으로 1년 새 275곳이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 층과 1인 가구 증가,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