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메탈 8.8% 급등...우크라이나 사태 새 국면에 유럽 방산업체 주가 급상승

유럽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17일(현지시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예산 삭감 발언과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추진, 그리고 이에 따른 유럽 지도자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다. 이날 배런스(Barron's)와 유로뉴스, 키프로스 투자회사 엑스트레이드브로커스(XTB), 마켓인사이드 등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다.
독일 라인메탈의 주가는 이날 8.8%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100유로 미만이었던 주가는 900유로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인메탈은 155mm 포탄을 포함한 대규모 포병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유럽의 소수 기업 중 하나다. 같은 날 독일의 헨솔트는 14%, 티센크루프는 18% 상승했다.
유럽 전역의 방산업체 주가도 크게 올랐다. 영국의 BAE시스템스는 7%,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는 5.27%, 프랑스의 탈레스는 4.72%, 스웨덴의 사브는 10.34%, 노르웨이의 콩스베르그 그루펜은 6% 상승했다. 프랑스 다쏘 항공도 5%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미국 방산업체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절반 삭감 발언과 함께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추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시사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 주가는 올해 들어 13% 하락했다. 제너럴다이내믹스는 8%, 노스롭그루먼은 6.5%,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는 6% 각각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 특사는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간 논의에 유럽 지도자들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나토의 국방비 지출 목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4년 합의된 2% 목표치를 크게 상향한 것이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유럽 회원국들에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회의에서 "유럽의 국방 투자가 매년 수천억 유로씩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 투자를 유럽연합 부채 한도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 금융회사 방카 아크로스(Banca Akros)에 따르면 2024년 유럽의 국방비는 약 326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평균 투자액은 GDP의 약 2% 수준이다. 다만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이러한 목표 달성이 지연되고 있다.
러스 몰드 AJ벨 투자이사는 "뤼터 사무총장의 발언이 방위주에 로켓을 달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정부가 자체 방어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방산업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파리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지원 약화를 언급하며 '유럽군' 창설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평화협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잃은 영토를 모두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유럽이 미국산 군수품 구매를 늘릴 가능성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