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장비 거인, 인도 내 최초 팹 툴 생산거점 추진...글로벌 '탈중국' 가속화

이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이코노믹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일렉트론이 인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배경에는 인도 반도체 산업의 빛나는 성장 잠재력이 자리한다"며 "도쿄일렉트론은 이미 인도에서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이제 제조 부문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인도 내 탄탄한 공급망 구축을 염두에 두고 사업 운영 전반의 확장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쿄일렉트론의 인도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이 회사는 인도에 제조 거점을 세우는 최초의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된다. 이는 인도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해온 투자 유치 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논의가 도쿄일렉트론과 인도 재벌 타타그룹과의 '밀월 관계'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팹 제조 시설 설립을 장려하기 위한 수정 계획을 발표하며, 총 7600억 루피(약 12조7148억원)에 이르는 인센티브 패키지를 약속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사들에 총 프로젝트 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책을 제시했다.
도쿄일렉트론은 웨이퍼 제조, 리소그래피, 식각, 박막 증착, 검사 및 테스트 등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내 제조 시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의 ISMC 아날로그팹은 카르나타카주 마이수루 지역에 30억 달러(약 4조3860억원) 규모의 팹 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기반 IGSS 벤처스는 타밀나두주에 32억8000만 달러(약 4조7953억원) 규모의 팹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구자라트 지역에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코노믹 타임스는 도쿄일렉트론 측에 이번 인도 사업 확대 검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문의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은 인도의 미흡한 인프라와 취약한 생태계를 이유로 현지 제조 거점 설립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육성 정책과 과감한 투자 확대로 이러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인도는 또한 반도체 칩 설계 역량 강화를 위한 디자인 연계 인센티브(DLI) 계획을 통해 재정과 인프라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탈중국' 기조와 맞물려 인도를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부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도쿄일렉트론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의 인도 진출은 인도 반도체 산업의 '퀀텀 점프'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믹 타임스는 이러한 움직임이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랠리'를 촉발하고, 인도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