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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손실 은폐' 주주 소송서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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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손실 은폐' 주주 소송서 승소

하루만에 시총 46조원 증발 위기 모면
"손실 공개 늦었다" 주주 주장 법원서 기각…경쟁 심화 속 한숨 돌린 인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문제점을 고의로 숨겨 대규모 감원과 배당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주주들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한숨을 돌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문제점을 고의로 숨겨 대규모 감원과 배당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주주들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한숨을 돌렸다. 사진=로이터

'반도체 제국'으로 불렸던 인텔이 최근 주주 소송에서 승소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로이터 통신은 6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미국 지방법원의 트리나 톰슨 판사가 주주들이 인텔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인텔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주주들은 인텔이 외부 고객용 칩 생산 사업과 관련한 70억 달러(약 10조 807억 원) 규모의 2023 회계연도 영업 손실을 지나치게 늦게 공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손실은 인텔이 지난해 4월 재무 보고 방식을 변경하면서 뒤늦게 공개됐다.

톰슨 판사는 판결문에서 "주주들은 70억 달러(약 10조 807억 원) 손실을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사업 부문만의 문제로 좁혀서 봤다"며 "하지만 당시 사업 부문 실적 보고에는 '전체 내부 파운드리 모델'의 결과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주주들이 손실 책임을 잘못된 사업 부문에 물었다는 의미다.

톰슨 판사는 또한 팻 겔싱어 당시 CEO가 지난해 3월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상당한 추진력'을 얻고 있고, '수요 역시 증가세'에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이 발언은 하락세였던 전체 매출이 아니라, 특정 고객과의 계약 상황을 언급한 것이므로 투자자들을 오도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주주 측 변호인들은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인텔 측 역시 논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톰슨 판사는 원고 측에 수정된 소장 제출 기회를 남겨두었다.

이번 소송은 주주들이 인텔이 2024년 1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문제의 기간은 인텔이 분기별 16억 1000만 달러(약 2조 3178억 원) 손실 발표, 1만 5000명 감원, 2025년까지 100억 달러(약 14조 3980억 원) 비용 절감 목표 하에 배당금 지급 중단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던 때와 겹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 주가는 곧바로 26%나 폭락했고, 시가총액 320억 달러(약 46조 736억 원)가 순식간에 증발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인텔은 현재 엔비디아(NVDA.O), AMD(AMD.O), 삼성전자(005930.KS), TSMC(2330.TW) 등 경쟁사들의 매서운 추격과 인공지능(AI)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때 '반도체 제국'으로 불렸던 인텔은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과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격랑 속에서 예전 같지 않은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텔은 지난해 12월 겔싱어 CEO를 전격 경질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번 소송의 정식 명칭은 '인텔 코퍼레이션 증권 소송(In re Intel Corp Securities Litigation)'이며,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사건 번호 24-02683으로 계류 중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