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구 매각에도 '운하 되찾기' 압박 강화
FMC, 파나마 국적선 8000여 척 미국 항구 입항 금지 가능성 시사
FMC, 파나마 국적선 8000여 척 미국 항구 입항 금지 가능성 시사

허치슨의 파나마 항구 매각에도 불구하고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파나마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로이즈 해사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위한 다양한 압박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운하의 2월 일일 통행량은 전월 대비 7% 증가한 34.8척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4일 의회 연설에서 "국가 안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우리 행정부는 파나마 운하를 매립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되찾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운하 양쪽 끝에 있는 발보아(Balboa)와 크리스토발(Cristobal)을 포함한 허치슨의 터미널에 대한 매각 계약 발표 이후 나온 발언이다.
NBC 뉴스는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에게 파나마 주둔을 늘리고 한쪽에서는 파나마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무력으로 운하를 장악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맞물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지난 14일 파나마 운하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해운 요충지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는 향후 파나마 국적 선박의 미국 항구 입항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FMC는 영국 해협, 말라카 해협, 북극해 항로, 싱가포르 해협, 파나마 운하, 지브롤터 해협, 수에즈 운하 등 7개 요충지를 통과하는 "통과에 영향을 미친 제약"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FMC는 파나마 운하에 대해 "수요가 많은 기간에는 혼잡으로 인해 지연이 발생하여 글로벌 공급망에 비용이 많이 드는 중단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이 수로는 "기능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뭄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FMC는 또한 파나마 운하가 "미국의 이익에 결정적인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며, "정치적 불안정이나 운영 차질은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주목할 점은 FMC가 "외국 정부의 법률, 규정 또는 관행"으로 인해 "미국 대외 무역에서 선박 운송에 불리한 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으며, 구제책으로 "불리한 조건을 조성할 책임이 있는 국가에 등록된 선박의 미국 항구 입항을 거부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힌 것이다.
FMC는 파나마 선급 등록부가 "8000척 이상의 선박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선박 등록 기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만약 미국이 파나마 국적 선박의 입항을 금지한다면, 마셜 제도와 라이베리아 같은 다른 등록국으로의 대규모 재지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파나마 정부의 막대한 수입원이 박탈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리드 타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무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전 FMC 변호사이자 스콜 스트래티지스의 설립자인 로렌 비건은 로이드 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FMC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파나마 논의에서 또 다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것은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협상의 지렛대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은 또한 "그것이 대화에 등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것들은 FMC가 가지고 있는 권위들이지만, 이것들은 수년 동안 가벼운 손길로만 사용되어 온 권위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TPM25 회의에서는 독립적인 초당적 기관인 FMC가 "소위 독립 기관"에 대한 통제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2월 18일 행정 명령에 비추어 독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비건은 여전히 FMC가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내가 읽은 바로는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최종 규칙 제정 조치에 대한 최종 검토를 거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독립 기관들이 행정부의 검토 없이 진공 상태에서 완전히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나마 운하 당국(ACP) 통계에 따르면, 2월 일일 통행량은 전월 대비 7% 증가한 34.8척을 기록했다. 총 통행량은 975건으로 1월보다 4% 감소했으나, 2월이 3일 짧은 점을 고려하면 일일 기준으로는 증가한 셈이다.
대형 네오파나맥스 갑문 통행은 중국 춘절 연휴 영향으로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운송이 각각 9%, 31% 감소하며 총 237건을 기록했다. 반면 파나막스 갑문은 738건의 운송을 처리해 1월 대비 2% 증가했으며, 특히 미국만에서 아시아행 드라이 벌크 화물이 크게 늘었다.
로이즈 해사일보 분석에 따르면, 네오파나맥스 갑문은 2023년 말 최저치 기록 후 회복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감소했고, 파나막스 갑문은 2024년 초 최저점 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파나마 운하의 운영은 정상화되었지만, 미국의 정치적 압박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해운업계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특히 파나마 국적 선박 8000여 척의 미국 항구 입항 금지 가능성은 글로벌 해운 산업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