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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장, 대통령의 판사 탄핵 위협 후 도널드 트럼프 이례적 공개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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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장, 대통령의 판사 탄핵 위협 후 도널드 트럼프 이례적 공개 질책

"2세기 이상 판결 의견 불일치에 탄핵은 적절한 대응 아니다"
대통령 권력과 사법부 판결 사이에서 충돌 우려 확산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2022년 3월 1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2022년 3월 1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사법부와 행정부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판사 탄핵 위협에 대해 이례적인 공개 질책을 발표했다고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성명을 통해 "2세기 이상 동안 탄핵은 사법적 결정에 대한 의견 불일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어 왔다""일반적인 항소 심사 절차는 그러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플랫폼을 통해 컬럼비아 특별구의 연방 판사인 제임스 보아스버그(James Boasberg)를 공격한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판사는, 내가 전에 출두하도록 강요받은 많은 비뚤어진 판사들처럼, 탄핵되어야 한다!!" 라고 작성했다.

◇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방을 둘러싼 법적 분쟁
이번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41798년 제정된 외국인 적법(Alien Enemies Act)을 발동해 베네수엘라 갱단원으로 추정되는 수백 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에서 비롯됐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이 행정명령에 따라 추방될 개인을 태운 비행기를 착륙시키거나 회항시키라고 명령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추방을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아스버그 판사를 "버락 후세인 오바마에 의해 임명된 말썽꾸러기이자 선동가인 급진적 좌파 미치광이"라고 비난하며 "그는 대중 투표에서 많은 표 차이로 이기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행정부가 혐의를 받는 갱단원들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는 과정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최근 소셜 미디어 플랫폼 X"급진적인 불량 판사들"을 규탄하며 "그들은 행정부를 관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버츠 대법관은 지난해 말 연례 서한에서도 사법부 독립에 대한 위협을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판사들의 판결에 대해 협박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며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공무원들은 사법부의 업무를 비판할 권리가 분명히 있지만, 판사에 관한 그들의 무절제한 발언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위험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방 판사들은 최근 공무원 추방과 해고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조치에 대해 임시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백악관은 이를 "사법 적극주의"라고 비난하며 법원이 대통령의 행동을 막는 데 지나쳤다고 주장해왔다. 백악관은 대법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이른바 제3조 연방 판사를 탄핵하고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은 의회에 있으나, 이는 역사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은 권한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부와 사법부 간 고조되는 긴장이 헌법적 위기로 치닫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