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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CGM, 미국에 200억 달러 투자...美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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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CGM, 미국에 200억 달러 투자...美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 되나

해운 대기업 투자로 미국 해양산업 르네상스 기대감...중국 조선업 지배력 견제 움직임도 가속화
2025년 2월 11일 세네갈 다카르 항구에서 컨테이너선 CMA CGM 에펠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2월 11일 세네갈 다카르 항구에서 컨테이너선 CMA CGM 에펠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프랑스 해운 대기업 CMA CGM이 향후 4년간 미국 해상 운송과 물류 부문에 200억 달러(29조 원)를 투자하기로 해 침체된 미국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고 지난 17(현지시각) 패스트마켓과 파이버투패션(Fibre2Fashion)이 각각 보도했다.

CMA CGM의 로돌프 사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컨테이너선 건조와 미국 국적 선박을 현재 10척에서 30척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데 CEO"향후 4년 동안 우리는 미국 고객 및 공공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MA CGM은 현재 미국 40개 주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1만5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또한, 매년 500만 개 이상의 선적 컨테이너를 운송하고 있다. 이 회사는 투자의 일환으로 최첨단 창고를 개설하고 자동차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며 시카고에 항공화물 허브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미국 조선업의 턴어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며 투자하는 기간 동안 강판에 대한 수요를 약 20억 달러(29000억 원)까지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강판 유통업체는 패스트마켓과의 인터뷰에서 "200억 달러는 선박 건조를 위한 인프라를 강화할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며 미국에서는 그 능력이 확실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투자로 필요한 원자재는 그리 많지 않겠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이 될 것이며, 몇 년에 걸쳐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강판 구매자 역시 이번 투자에 대해 "엄청난 투자인 것 같다. 조선은 선박당 많은 강철을 사용한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번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부흥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의회 합동 회의에서 백악관에 조선국(Office of Shipbuilding)을 신설하고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선소 협의회(Shipbuilders Council of America)의 매튜 팩스턴 회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조선업에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CMA CGM의 투자는 백악관이 지난 12일 확인한 총 18000억 달러(2613조 원) 규모의 투자 발표 중 일부다. 이 중에는 애플의 5000억 달러, 소프트뱅크·오픈AI·오라클의 인공지능 인프라 합작 투자 5000억 달러, 대만 칩 제조업체 TSMC1000억 달러 등이 포함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거의 2조 달러의 투자가 있었다. 최근 역사에서 이런 일이 언제 일어났나?" 라고 패스트마켓에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자 보도에서 조선에 관한 행정명령 초안에 미국 항구에 기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한 수수료 제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미국 해양 부문에 투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백악관은 곧 발의될 행정명령에 포함될 수 있는 세부 사항 제공을 거부했다.

한편,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의 과도한 조선업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군민융합(MCF: military-civil fusion)' 전략을 방해하기 위한 제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2월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비시장적 조선 관행이 미국 상업에 해를 끼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제안했다.

CSIS는 지난해 12월 발의된 초당적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이 중국의 이중용도 조선 생태계를 방해하기 위한 조치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안은 중국 소유 및 중국 국적 선박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지만, 특히 중국 해군(PLA Navy)을 위한 군함도 건조하는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은 표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SIS의 매튜 푸나이올, 브라이언 하트, 에이단 파워스-릭스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산업 정책과 글로벌 조선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는 미국과 동맹국의 산업 역량을 더욱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0년 이후 적어도 3개의 주요 미국 조선소가 폐쇄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중요한 경제적 기회를 상실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에서 미국의 역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CSIS는 ▲중국 소유 선박과 주요 중국 조선소에서 제작된 선박에 표적 입항료 부과 ▲특정 중요 미국 물품의 중국 선박 운송 제한 및 신뢰할 수 있는 선박 목록 작성 ▲중국 해군 현대화를 직접 지원하는 중국 조선소와의 미국 금융 및 사업 관계 단절 ▲미국의 장기적인 조선 역량 투자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중국 외 지역의 조선 역량 구축 등을 권고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부흥 정책과 CMA CGM의 투자는 미국 조선업 부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