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퇴색해도 재생에너지 성장세
트럼프 행정부, 천연가스·원자력 강화...재생에너지는 작년 신규 발전설비의 90.5% 차지
트럼프 행정부, 천연가스·원자력 강화...재생에너지는 작년 신규 발전설비의 90.5% 차지

지난주 개최된 미국 최대 에너지 콘퍼런스 'S&P 글로벌 주최 세라위크(CERAWeek)'에서 S&P 글로벌 부회장이자 퓰리처상 수상 에너지 역사 저자인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은 "에너지 전환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큰 재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래에는 천연가스에 더 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넥스트이러 에너지(NextEra Energy)의 존 케첨(John Ketchum) 최고경영자(CEO)는 "전력 부문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수요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며 "향후 20년 동안 지난 20년과 비교해 전력 수요가 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20년 내 55% 증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케첨 CEO는 이 급증하는 수요 중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17%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미국 산업 활동과 제조업 확장이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충족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행정부,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 선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에너지 전환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이 많은 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넷제로(Net Zero)' 세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은 이러한 개념과 상충된다.
전기 발전 및 인프라 기업인 넥스트이러의 발전 포트폴리오는 재생에너지, 원자력, 천연가스를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더 많은 천연가스 시추를 장려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파이프라인, 수출 시설 및 기타 인프라 구축을 촉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을 글로벌 파리기후협약에서 두 번째로 탈퇴시켰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콘퍼런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의 관점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 행정부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안전한 에너지를 추가하는 모든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과 지열 에너지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라이트 장관은 특히 풍력 발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풍력은 가격 상승을 유발한 특별히 좋지 않은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시민들의 분노가 증가하고 있다"며 "풍력은 약간 다른 사례지만, 전 세계 에너지의 2% 미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큰 영향은 전기 가격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포함된 재생에너지 세금 인센티브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예긴 부회장은 "콘퍼런스 전체에 걸쳐 IRA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무엇이 살아남고 무엇이 살아남지 못할지에 대한 의문이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현재 어떤 부분을 삭감할지 검토 중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워싱턴 정책 분석가 에드 밀스(Ed Mills)는 "도널드 트럼프가 IRA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IRA는 공화당 지역구에서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지난주 21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Jason Smith) 위원장에게 재생에너지 세액공제를 유지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 재생에너지, 비용·속도 면에서 경쟁력 유지
전력 공급업체들은 에너지 믹스에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설치된 발전 용량의 90.5%가 재생에너지였다. 케첨 CEO는 "현재 재생에너지는 가스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지만, 미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원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이 나라에 175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13기가와트의 가스, 3기가와트의 원자력을 설치했다"고 케첨 CEO는 설명했다. 그는 "일반 솔루션을 시장에 출시하는 시기와 비용에 차이가 있다"면서 장비 부족과 허가 과정 때문에 새로운 가스 발전소가 완공되기까지 2030년이나 그 이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케첨 CEO는 넥스트이러가 마지막으로 2022년에 가스 발전 시설을 건설한 이후 가스 발전 비용이 3배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가스 터빈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긴 줄에 서야 한다. 이는 가격을 상승시켰다"며 노동력 부족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GE 버노바(GE Vernova)의 스콧 스트라지크(Scott Strazik)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가스 터빈, 전력 변압기, 개폐기의 주문량이 2028년까지 밀려 있으며, 이번 여름 말부터 2028년까지 모두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력 수요의 급증은 좋은 문제이며, 업계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신뢰성을 보장하는 솔루션을 모색할 것이다. AES의 앤드루스 글루키(Andrews Gluki) CEO는 콘퍼런스에서 "어떤 것도 100% 가용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백업이 필요하다"며 "500억 달러(약 72조67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99% 가용한 것으로 백업할 수는 없다. 100%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