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 美 연준에 '의문부호'… 위기 시 달러 공급 능력에 대한 불신 확산
美 재무장관의 '부채 이전' 카드, 금융 시장 새 뇌관 되나
美 재무장관의 '부채 이전' 카드, 금융 시장 새 뇌관 되나

로이터 통신은 최근 익명의 유럽 통화 정책 담당자들과 금융 감독 당국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연준을 여전히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연준이 필요시 스왑 거래를 통해 다른 중앙은행들에 달러를 공급할 것이라는 기존의 믿음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위기 발생 시 시스템 붕괴를 막는 핵심적인 안전장치다.
로이터는 이러한 신뢰 약화로 인해 이미 관련 시나리오에 대비한 모의 훈련, 이른바 ' 게임'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인 배리 아이켄그린은 이를 두고 "글로벌 달러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가 무역 적자 자금 조달에 유리함을 제공하고 미국 자본 시장의 국제적 우위를 보장하지만, 전 세계적인 신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연준 신뢰도 하락, 국제 공조 '빨간불'
이러한 우려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의 통화 정책 방향 변화와 무관치 않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연준은 국제 금융 시스템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국제 협력이 약화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이 통화 정책 결정에 있어 정치적 고려 사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 베센트發 부채 이전 계획, 금융 시스템 '새로운 뇌관'
설상가상으로 스콧 베센트 현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발표한 계획 역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국채 발행을 축소하고 민간 부문에 더 많은 부채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채는 통상적으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며, 금융 기관들은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 만약 민간 부문의 부채가 늘고 국채 발행이 줄어들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달러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약화될 경우, 이는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델스블라트는 투자자들에게 "서서히 걱정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 대한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