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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폭탄, 아시아 지역 국가들 親中 기울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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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폭탄, 아시아 지역 국가들 親中 기울게 하나

전문가들 "글로벌 지정학적 질서에서 미국 불리할 수도" 경고
2025년 3월 13일 중국 상하이 바오산구 바오스틸 그룹 항구에서 크레인이 강철 코일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13일 중국 상하이 바오산구 바오스틸 그룹 항구에서 크레인이 강철 코일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독립 선언' 관세가 오히려 중국에 더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뉴스위크는 지난 4(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포함한 180개국에 부과된 대규모 관세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반면, 중국의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모든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새로운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상호 관세" 목록을 공개하면서 무역 불균형 해소와 미국 제조업 회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세를 "경제적 독립의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오는 49일부터 34%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받게 된다. 이는 기존의 20% 관세에 더해지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 제품에 67%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캄보디아가 49%로 가장 높은 신규 관세에 직면했으며, 라오스가 48%로 그 뒤를 이었다.

그간 미국과 중국은 틱톡 소유권,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 등을 둘러싸고 복잡한 전략적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이번 관세는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중국이 지역 동맹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해 더 많은 국가가 미국보다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관세가 아시아 동맹국들을 중국 쪽으로 밀어낼 우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비즈니스 및 경제 부문 선임 고문 겸 이사장인 스콧 케네디는 뉴스위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관세 부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이사장은 "이들 국가와의 경제적 통합은 역사적으로 경제 발전의 중요한 원천이자 미국과의 유대 강화를 위한 토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국가를 침략자로 보고, 미국을 희생자로 인식하고 있다""이는 이들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대대적인 관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선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와 같은 일부 국가는 이미 중국과 가까운 관계"라며 "관세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의 지역 내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시구르 아시아 연구 센터 소장인 에릭 슐루셀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것은 안보의 문제"라며 대만의 반도체 생산을 예로 들었다. 그는 대만의 "실리콘 방패"가 대만을 "미국과 세계 경제의 중요한 부분"으로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슐루셀 소장은 "관세는 부분적으로 필수 제품의 제조를 미국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기존 질서를 뒤엎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생산이 미국으로 이전될 경우 "미국의 지정학적 계산에서 대만의 중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반면 대만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는 없지만, 대만의 최대 무기 공급국으로서 "강력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미 국무부는 밝히고 있다.

슐루젤 소장은 "중국이 베트남에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는 아니지만, 트럼프의 새로운 46% 관세는 베트남이 전통적으로 유연한 외교 관계를 중국에 더 우호적으로 바꾸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선 책임자는 "중국은 이미 일본, 한국, 유럽 등 미국 동맹국들과 접촉해 미국이 지도자가 아닌 대안적 세계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고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상호 관세는 이들 국가가 중국이 최소한 대안을 준비하도록 크게 압박할 것"이라며 "미국의 가혹한 정책으로 중국은 갑자기 적대적이거나 사악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관세 발표 이후 중국 외교부는 X(구 트위터)에 미국과 중국의 관리 하에 있는 두 개의 다른 세계를 묘사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1분도 채 안 되는 영상은 미국의 외교 정책과 관세 정책을 겨냥해 전쟁, '착취', '탐욕'을 미국의 개입과 연결지으며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나?" 라고 물었다. 이어 국제 협력, 친 팔레스타인 시위, 경제 개발, "공동 번영" "모두를 위한 기회"를 홍보하는 장면으로 전환했다. 이 영상은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경쟁 구도를 리더십 다툼과 세계에 대한 도덕적 비전 사이의 투쟁으로 묘사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세계 경제가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소용돌이치고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보복 관세를 발표했으며, 중국도 미국이 새로운 조치를 취소하지 않으면 이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지난 3일 월스트리트는 2020년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장 마감 시점에 4.84% 하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97% 하락해 2020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3.98% 하락 마감했다.

한편, 슐뤼셀 소장은 "트럼프는 이미 불안해하는 동맹국들을 미국에 회의적인 나라들로 바꾸고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외교 정책은 장기적 관계보다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오랜 동맹관계도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그는 "미국과 캐나다는 수십 년간 긴밀히 협력해온 이웃이자 최대 교역국이었지만, 현재는 관세 분쟁으로 양국 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