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2030년까지 4배 이상 증가 가능성"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발표한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는 2030년까지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AI가 에너지 수요 증가의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집약적인 대형 GPU 칩을 사용하며, AI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 규모에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요된다.
파티흐 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표와 함께 배포된 성명에서 "AI의 부상으로 에너지 부문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술 혁명 중 하나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AI는 잠재적으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도구이지만, AI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 사회, 정부 및 기업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전력 수요의 절반, 2030년 데이터센터가 차지
IE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은 지금부터 2030년까지 미국 내 전력 수요 증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2030년 말까지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화학물질 등을 제조하는 미국 전체 산업이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기가 데이터 처리에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IEA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수요의 급증을 예측하는 최신 연구로, 오랜 기간 전력 수요가 정체된 후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이 향후 3년 동안 거의 3배 증가하여 2028년까지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12%를 소비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와 일렉트릭 파워 리서치 인스티튜트(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가 발표한 이전 보고서에서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이 비슷하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AI 붐의 규모와 기술 회사의 효율성 개선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지난 1월 출시된 더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중국 AI 모델 딥시크(DeepSeek)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로듐 그룹(Rhodium Group)의 파트너인 존 라슨(John Larsen)은 당시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델 훈련으로 인한 전기 수요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성장과 에너지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력 회사와 전력망 관리자는 장기적 발전 및 송전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 예측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전기 공급 부족, 가격 상승, 전력망 신뢰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에너지 공급에 투자했는데 AI 붐이 꺾인다면 불필요한 전력 인프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장 에너지 생산으로 "계량기 뒤에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추세는 전력망 수요를 일부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데이터센터는 풍력 및 태양열과 같은 청정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으나, 일부는 여전히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IEA 보고서는 AI에 대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AI가 에너지 부문 자체의 운영 방식을 변화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도 언급했다. 최근 AI 연구진은 기업이 경쟁 모델의 에너지 프로필을 비교하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으며, 이를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등급 시스템과 비교했다.
지난달 전력연구소(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는 전력 회사의 요구에 맞는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주요 기술 회사 및 세계 주요 전기 유틸리티와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IEA는 AI의 전력 수요에 대한 전 세계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에너지 부문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추적하기 위해 에너지, AI 및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측소를 곧 출범할 계획이라고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스위크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