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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국채 위기...트럼프 '관세폭탄'이 글로벌 금융질서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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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국채 위기...트럼프 '관세폭탄'이 글로벌 금융질서 흔들다

미국 주도 글로벌 경제질서 대변화 오나?
미국 달러 지폐는 2018년 2월 12일에 찍은 이 사진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지폐는 2018년 2월 12일에 찍은 이 사진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정책으로 세계 금융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일 동안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의 핵심에서 미국 달러와 국채의 위상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었다고 지난 12(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러 세대에 걸쳐 안전 피난처 자산으로 인식되던 미국 달러와 국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세계 무역 질서와 금융 시장의 변화가 불과 며칠로 압축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악시오스는 "사람들은 19447(브레튼우즈 체제), 19718(캠프 데이비드 비밀회동, 금 본위제 폐기), 20089(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20254월에 대한 책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 중심 금융질서의 붕괴 조짐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은 현재 서로의 수입품에 100% 이상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 11일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양국 간 무역이 근본적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채권시장과 통화시장의 이례적 반응이다. 지난 주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던 미국 국채와 달러까지 동시에 매도세를 보였다. 이는 정상적인 시장 반응이 아니다. 20089월과 2020년 팬데믹 초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는 이번 주 거래를 "드물고, 추악하고, 걱정스러운 시장 움직임의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일주일 전 4% 미만에서 50% 상승한 4.57%까지 치솟았다. 다른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 인덱스는 지난 1월 중순 이후 9.2% 하락했다.

"미국 판매" 열풍... 외국자본 이탈 가속화


도이치뱅크의 통화 전략가 조지 사라벨로스는 "시장이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구조적 매력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급속한 탈달러화(de-dollarization) 과정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매년 약 2조 달러(2852조 원)의 외국 자본이 유입돼 왔다. 글로벌 자본 흐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직전 거의 두 배인 41%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관세 충격으로 외국인들의 '미국 자산 매도'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벨리 펀드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하워드 워드와 존 벨튼은 "이는 외국인들이 미국 주식을 팔고 다른 곳으로 돈을 보내왔고 계속 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정책 변화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달러 강세는 수십 년 동안 정설이었으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인 스티븐 미란은 최근 달러 강세가 미국의 경쟁력과 노동력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달러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처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ING의 금리 전략가들은 지난 11일 악시오스 보도를 통해 '최근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우리가 부르는 '미국 매도' 리스크'라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신뢰할 수 없는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저조한 성과를 보인 주요 지수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해외 시장을 선호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아시아와 유럽 주식이 급격히 랠리를 펼친 반면 미국 주식은 하락했다.

한편, 미국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감세를 연장하기 위한 예산 청사진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의회가 향후 10년 동안 재정 적자를 최대 58000억 달러(8272조 원)까지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공개적으로 보유한 미국 정부 부채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재정 부담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위험을 더욱 증폭시킨다.

악시오스는 '이러한 시장 혼란이 단기적인 거래 변동성에 그칠 수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시장인 달러와 국채의 움직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미국 중심 금융 질서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세계 경제 질서, 무역 및 금융 흐름의 재편으로 이어진다면, 그 영향은 너무나 광범위하여 예측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