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에도 회의론 고조
저임금 경쟁 심화 속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 전환
저임금 경쟁 심화 속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 전환

1950년대, 미국 민간 부문 일자리의 약 35%를 차지했던 제조업은 현재 9.4% 수준으로 급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관세 부과를 통해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현실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관세로 인한 피해가 얻을 수 있는 이점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 어떻게 세계 제조업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과연 제조업의 부흥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 화려했던 미국 제조업의 시대
미국이 글로벌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20세기 초, 미국은 대량 생산을 위한 핵심 요소인 호환 부품 사용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구축을 선도했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수전 헬퍼 경제학자는 "제2차 세계 대전은 미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경쟁국들을 초토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전후 시대, 미국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곧 미국 스스로가 자국 제조업 제품의 가장 큰 소비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당시 생산된 많은 제품들은 식기세척기, TV, 제트기 등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집약한 것들이었다. 전쟁 중 개발된 혁신 기술들은 이러한 발전을 가속했다. 첨단 기술 유지를 위해서는 연구 개발팀과 생산 현장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었기에, 미국 내 생산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20세기 초 시작된 고등 교육 확산 운동 역시 미국의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 중국 쇼크와 서비스업의 부상
1950년대 이후,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위상은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여행, 외식, 의료 서비스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헬퍼 경제학자는 "사람들이 부자가 될수록 살 수 있는 자동차의 양은 제한적이며, 결국 서비스 구매를 늘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소비 패턴의 변화는 곧 일자리 이동으로 이어졌다. 호텔, 은행, 법률 회사, 병원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다. 경기 침체와 회복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도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제조업 고용은 정체된 반면, 서비스업 고용은 꾸준히 증가했다.
한편, 의류와 같은 비내구재의 생산 기지는 노동 비용이 저렴한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낮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비내구재 생산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러한 제품들의 수입을 점차 늘려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믹서기와 같은 경량 내구재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되었다.
1980년대 들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바뀌었다. 미국의 비내구재 제조업체들은 저임금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대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낮아지면서 이러한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었다. 업존 고용 연구소 수전 하우스먼 경제학자는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철강 산업을 육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철강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이는 미국 철강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변화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벌어진 변화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WTO 가입을 통해 중국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하버드 대학교 고든 핸슨 경제학자는 "갑자기 저임금 국가에서 엄청난 생산 능력이 확보된 것이며, 이는 제조업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이전에도 다른 국가들과의 수입 경쟁을 경험했지만, 중국처럼 압도적인 인구 규모를 가진 경쟁국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중국은 일본과 같은 국가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1999년 중국의 상품 수출액은 미국 수출액의 10분의 1에 불과했으며, 스웨덴보다도 적었다. 하지만 2008년에는 세계 최대 상품 수출국으로 미국을 넘어섰다.
가구, 소형 가전 제품 등 저기술 품목 제조업체들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핸슨 경제학자는 데이비드 오터, 데이비드 돈과 함께 저렴한 중국 제품의 유입이 미국 남부와 중서부 제조업 공동체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과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상세히 기록했다. 그들은 이 현상을 '중국 쇼크'라고 명명했고, 이 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90년 중국의 상품 수출액은 2000억 달러(약 285조 80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2조 6000억 달러(약 3706조 400억 원)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6000억 달러(약 855조 2400억 원)에서 1조 4000억 달러(약 1995조 5600억 원)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이 급증하는 동안, 미국은 서비스업 분야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런던에 있는 사람이 샌디에이고의 치과를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것처럼, 많은 서비스는 국경을 넘어 거래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등 일부 서비스는 글로벌 거래가 가능하다. 실제로 2023년 미국의 광고 서비스 수출액은 240억 달러(약 34조 1976억 원)에 달했다.
현재 미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1조 달러(약 1424조 9000억 원)를 넘어섰으며, 이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액수다. 더욱이 미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실제보다 과소 평가되어 있는데, 이는 많은 기업들이 세금 혜택을 위해 미국에서 개발한 특허, 상표 등의 지적재산권을 해외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재산권의 주요 이전 대상국인 아일랜드는 세계 4위의 서비스 수출국이다.
핸슨 경제학자와 엔리코 모레티는 새로운 연구에서 1980년 제조업은 미국 내 고임금 일자리의 39%를 차지했지만(교육 수준 등 요인 조정), 2021년에는 그 비중이 20%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 전문직, 법률 분야의 고임금 일자리 비중은 8%에서 26%로 크게 증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관세의 광범위한 사용에 대해 반왔으며, 이러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들은 관세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하는 가격 상승이 결국 미국산 제품을 포함한 다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국내 생산 증가와 정부 수입 증가로 얻는 이점보다 훨씬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제조업체는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핸슨 경제학자는 제조업 일자리가 30% 증가한다고 해도, 전체 민간 부문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업존 연구소 하우스먼 경제학자는 제조업 일자리가 다른 산업보다 더 많은 연관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미국이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국내 생산을 늘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 그룹에 속해 있다. 다만, 이는 광범위한 관세 부과보다는 더 정밀한 목표를 설정한 투자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녀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제품의 국내 생산 증가는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경제 및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의 저가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우스먼 경제학자는 "우리가 다시 우리 자신의 티셔츠를 생산하기 시작해야 할까? 그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문제일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