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에르메스에 시총 1위 내줘...중국·미국 소비 둔화 영향
전문가 "수요 부진 아닌 심리적 위축"...부유층 집중 전략이 해법될 수도
전문가 "수요 부진 아닌 심리적 위축"...부유층 집중 전략이 해법될 수도

◇ LVMH 실적 '미끄럼'...주력 사업 부진 심화
지난 17일(현지시각) 포브스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그룹 LVMH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03억 유로(약 32조 818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이는 최대 시장인 아시아(일본 제외)에서 매출이 11%나 급감한 데 따른 결과다. 미국 시장 역시 3% 역성장하며 소비 둔화세로 돌아선 것 또한 LVMH에게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문별로는 와인 및 스피릿 부문의 매출 감소가 가장 컸다. 해당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13억500만 유로(약 2조10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중국 내 코냑 수요 약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LVMH의 주력 사업인 패션 및 가죽 제품 부문 역시 5% 감소한 101억800만 유로(약 16조3408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소매 부문 매출은 1% 감소한 41억8900만 유로(약 6조7705억 원), 향수 및 화장품 부문도 1% 줄어든 21억7800만 유로(약 3조5206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티파니, 불가리, 태그호이어 등이 속한 시계 및 보석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보합세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유럽만이 2% 성장했을 뿐이며, 일본 시장의 감소폭은 1%로 비교적 작았다.
◇ 주가 급락, 경쟁사도 '휘청'...애널리스트 "향후 실적에 부정적"
LVMH의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8%나 급락했으며, 한때 세계 최고 가치 명품 기업 자리를 에르메스에 내주기도 했다. 프라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케링, 리슈몽,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 경쟁사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겸 CEO의 자산은 90억 달러(약 12조8052억 원) 감소한 1465억 달러(약 208조4402억 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유럽 최고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다입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토마 쇼베와 마헤쉬 모한쿠마르는 투자자 메모에서 "LVMH의 이번 분기 실적이 향후 실적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분석하며, 특히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의 관세 리스크 완화 방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 26년 만에 시총 1위 '역전'...에르메스의 부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에르메스의 시가총액은 약 2460억 유로(약 397조5925억 원)로, LVMH의 약 2440억 유로(약 394조3601억 원)를 넘어섰다. 2000년 이후 26년간 유럽 명품 브랜드 시총 1위를 지켜온 LVMH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다. 에르메스의 이러한 성장에는 중국과 미국에서 중산층의 구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탄탄한 부유층 고객을 확보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VMH 측은 "지정학적, 경제적 환경이 혼란스러운 가운데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며 혁신과 투자, 제품 품질 향상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미국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은 "LVMH 그룹은 소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매출을 늘리기 쉽지만, 소비 둔화 국면에는 약하다"고 분석하며 2024년 LVMH의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17%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에르메스는 '버킨백'과 같이 희소성을 강조한 고가 전략과 부유층 고객에 집중하는 마케팅으로 불황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명품 시장 '숨고르기'...소비 심리 회복과 차별화 전략이 '관건'
명품 시장 조사 기관인 어플루엔트 컨슈머 리서치의 챈들러 마운트 분석가는 LVMH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단기적인 부진이 장기적인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LVMH의) 가격 결정력, 세계적인 다각화, 브랜드 자산은 여전히 강력하다"며 "지금은 후퇴가 아니라 신중하게 신뢰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한 "LVMH의 수익 감소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싫증을 느끼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유층 소비자들이 '지금은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운트 분석가는 현재 시장 상황에 흔들리는 명품 브랜드들에게 "관세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명품 업계 전반에 걸쳐 '심리적인 리셋'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매출뿐만 아니라 소비자 심리도 주시해야 한다"며 "부유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황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운트 분석가는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품 브랜드들이 동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가격을 재검토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며, 압박감이 적은 친밀성에 중점을 두면서 스토리텔링을 강화해야 한다. 공급 과잉이나 할인을 피해야 한다. 현재의 판매 부진은 수요 부진이 아닌 심리적인 일시 중단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명품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