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공군 '요건 미충족' 통보...KAI, 절차 불공정 반발
방위사업청장, 페루 국방장관에 서한...정부 차원 개입
방위사업청장, 페루 국방장관에 서한...정부 차원 개입

라 레푸블리카 보도에 따르면, KAI는 지난 반년간 페루 정부에 KF-21 판매를 제안하고 평가를 요청해왔다. 페루 공군(FAP)은 35억 달러(약 4조98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4대의 다목적 전투기를 도입할 계획이며, 현재 스웨덴 SAAB 39 그리펜, 프랑스 닷소 라팔 F4, 미국 F-16V 블록 70 기종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KAI의 KF-21은 페루 공군의 고려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페루군 소식통들은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KF-21이 페루 공군의 작전 계획과 기술적 특성에서 차이가 있어 획득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페루 공군이 요구하는 사양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KAI, "선정 절차 이미 끝났다" 답변에 반발
하지만 한국 측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페루군 구매청(ACFFAA)이 국제 입찰을 소집하는 것이 공정한 절차이며, 다른 제조사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측은 사실상 선정 절차가 이미 끝났다는 답변을 받았다. 라 레푸블리카가 입수한 KAI의 서한에 따르면, KAI 관계자들은 페루 공군과 국방부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들의 배제에 대한 분노와 항의를 표명하며 제안을 다시 고려해줄 것을 촉구했다.
페루 집행부가 전투기 구매 예산 일부(초기 20억 달러 승인)를 확정한 직후인 올해 2월 11일, 신동학 KAI 부사장 겸 국제사업본부장은 페루 공군 당국에 최신 세대 KF-21 전투폭격기 제안과 정부 간 협상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페루 공군 참모총장 루벤 감바리니 오냐트 공군 중장(작전사령관 호세 마르티넬리 에체가라이 공군 중장 사본 발송)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제안은 고성능 KF-21 전투기로서 한국 공군을 위해 현재 생산 중이며, 여기에는 군수 지원 패키지, 포괄적인 훈련 프로그램, 그리고 절충 교역 산업 개발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 절차 종료 통보에 의문 제기...규정 위반 지적
그러나 3월 3일, 감바리니 참모총장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도착했다. 제안 제출 단계가 이미 완료되었기 때문에 KF-21 제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감바리니 중장은 답변 서한에서 "전투기 구매 관련 계약은 투자 프로젝트 승인 단계와 최종 연구 단계에서 승인된 무기 시스템에 대한 기술 운용 연구 작성 단계에 있으며, 해당 단계는 이미 '종료(precluido)'되었다"라고 명시했다.
이 답변은 사실상 KF-21 모델을 평가할 옵션이 전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당 단계가 '종료'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동학 부사장은 이 답변을 확인하고 발테르 아스투디요 국방부 장관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페루군 구매청(ACFFAA)이 국제 입찰을 소집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정 절차가 이미 종료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아스투디요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신한 서한에 따르면 절차가 이미 종료되었고 '종료(precluido)'라고 명시함으로써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해된다"라고 썼다. 신 부사장은 2025년 2월 19일 승인된 '국방 부문 전략물자 정부 간 계약 절차' 지침을 상기시키며, 해당 지침은 준비 단계에서 복수의 공급업체와 예상 가치를 결정하고, 기술 사양을 충족하는 다른 국가를 초대할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스투디요 장관에게 어떠한 부탁이 아닌 규정 준수를 요청하며, "장관께서 국방부 장관의 자격으로 해당 지침이 준수될 수 있도록 선처를 베풀어주시기 바란다. 이는 투명하고 복수의 입찰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촉구했다.
◇ 고위급 개입에도 페루 입장 고수
고위급 개입도 이어졌다. 올해 4월 1일부터 4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15회 LAAD 국방 및 안보 박람회에서 감바리니 페루 공군 참모총장과 신동학 KAI 부사장이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도 감바리니 중장은 지난 10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라 KF-21이 페루 공군의 옵션에서 제외되었음을 재확인했다.
같은 박람회에는 브라질 공군(FAB)이 인수한 스웨덴 SAAB 39 그리펜 전투기 모형이 전시되었으며, 이 기종은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페루의 제10회 시트데프(Sitdef) 박람회에서도 주요 전시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스웨덴 정부는 최근 의회에 12대의 그리펜 판매 협상 승인을 요청했는데, 이는 페루의 2단계 획득 계획과 일치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절차 진행 상황을 인지한 한국 측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번에는 KAI 임원이 아닌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섰다.
올해 4월 7일,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페루 국방부 장관인 발테르 아스투디요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
석 청장은 서한에서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페루 공군이 KF-21 제안을 평가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페루 주재 한국 대사관, 한국 무관부 및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여러 공식 서한을 통해 사전에 전달되었듯이, 한국 정부와 KAI는 페루군 구매청(ACFFAA)이 시작할 예정인 차기 획득 절차에 참여하는 데 강한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금년도 페루 공군 획득 프로그램에 KF-21 전투기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페루군 소식통들은 2012년에 시작된 기술 연구 결과에 따라 SAAB 39 그리펜, 프랑스 닷소 라팔 F4, 미국 F-16V 블록 70 등 세 가지 모델이 여전히 경쟁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들은 이 세 가지 모델이 페루 공군이 요구하는 운용, 경제적 요건 및 기술 이전 프로그램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덧붙였다. KAI의 KF-21 모델 제안에 대해서는, 군 기관이 요구하는 기술적 요소가 부족하여 최종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은 그룹에 속한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페루 정부는 이미 전체 구매 예산 중 초기 20억 달러(약 2조8480억 원)를 승인했다.
KAI는 KF-21 1대당 1억 달러(약 1424억 원), 총 24억 달러(약 3조4176억 원)에 24대 판매와 관련 기술 이전 절충 교역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공군은 KAI로부터 120대의 KF-21을 획득했다. 최종욱 페루 주재 한국 대사 역시 올해 1월 23일 아스투디요 장관에게 2012년 KAI와 페루 공군이 16대의 KT-1P 훈련기 구매 및 공동 생산에 2억880만 달러(약 2973억 원)로 합의하여 양측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왔음을 상기시킨 바 있다.
현재 KAI는 KF-21 제안이 공정하게 평가되기를 요구하지만, 페루 공군은 한국 모델이 자신들의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측은 페루군 구매청이 국제 입찰을 소집해야 한다는 규정을 알고 있기에 현재의 절차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