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수입 13% 줄고 동남아 급증..."단기적 대응책 마련 시급"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발표한 보도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2일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잠재적 무역 협정을 논의하는 등 미국 정부의 새로운 무역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몇 달 동안 대부분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은 새로운 관세 대상이 되거나 오는 7월까지 추가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정책에는 미국의 5대 교역 상대국인 멕시코, 중국, 캐나다, 독일, 일본에 대한 20% 이상의 관세율이 포함된다. 이들 국가는 2024년 누적 교역 규모가 1조6660억 달러(약 2397조 원)로 미국 전체 수입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100% 이상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품정보관리 플랫폼 핌벌리의 마틴 발라암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관세 대응에 지금 바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록 장기적 전망이 불투명하더라도 당장 실행 가능한 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마켓 인텔리전스에 말했다.
발라암 CEO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핵심 단기 전략은 '제품 흐름 재배치'다. 예컨대 100% 이상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중국에서 미국 시장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중국산 제품을 다른 국가 시장으로 돌리고,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낮은 국가의 생산 시설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실시간 대응책이지만, 이러한 관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 기업들, 재고 사전배치·공급처 전환 등 단기 대응책 마련
이미 다수 기업들은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 전략을 실행 중이다. 하이네켄 홀딩은 관세 발표에 앞서 미국 창고에 여분의 맥주를 미리 선적했다고 경영진이 지난 16일 투자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생활용품 기업 킴벌리-클라크는 관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특정 시장에서 제품 공급처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마이클 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2일 실적 발표에서 말했다.
공급망 플랫폼 이투오픈의 제품전략 담당 존 래쉬 부사장은 "기업들이 관세 발효 전에 원자재와 재고를 미리 국경을 넘어 배치하는 전략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히 빨리 생산할 수 없지만 다른 국가에 재고가 있다면, 추가 운송비를 지불하더라도 빨리 옮기는 것이 관세 발효 후 고율의 관세를 내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앞서 구매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5.3%, 전년 동기 대비 8.8% 급증했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총 소매판매도 0.8% 증가해 시장 예상치(0.4%)를 크게 웃돌았다.
공급망 관리 업체 로질리티의 혁신 담당 부사장 스콧 틸먼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하려는 경쟁으로 지난달 소매판매가 강세를 보였다"면서도 "이러한 소비 패턴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마켓 인텔리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중국에서 4389억5000만 달러(약 631조 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는데, 이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초와 비교해 약 13%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액은 각각 314%와 194% 급증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망 '중국 플러스 원' 전략도 한계에 봉착했다. 오는 7월부터 베트남에는 46%, 캄보디아에는 49%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조달·공급망 컨설팅 업체 에피시오의 매트 렉스투티스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복절' 관세 발표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닌 글로벌 무역, 공급망, 소비자 물가에 대한 지각변동"이라며 "불확실성은 저비용·고효율 공급망의 최대 적으로, 하룻밤 사이에 변동성과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아시아 제조업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갑자기 심각한 비용 및 연속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렉스투티스 이사는 덧붙였다. "대부분 기업이 이미 중국 의존도 조정을 시작했지만, 이번 관세 발표로 위험 범위가 전체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고 그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특정 국가들이 관세를 줄이거나 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는 오히려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기업들의 장기 전략 수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제조업 재건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e2open의 존 래쉬 부사장은 "이 정도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속에서는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관세가 영구적이고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며, 제조업의 미국 회귀가 확실한 정책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그런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