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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정책, 소매업계·농업 '직격탄'...미국 소매업 수입 20% 감소·대두 수출 7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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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정책, 소매업계·농업 '직격탄'...미국 소매업 수입 20% 감소·대두 수출 70% 급락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로 물가상승과 품귀현상 우려 확산
대두·돼지고기 수출량 최대 82% 감소
미국 인디애나주 로치데일에 있는 호젠 농장의 밭에서 대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디애나주 로치데일에 있는 호젠 농장의 밭에서 대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무역분쟁 격화로 미국 내 소매업계와 농업 분야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소매업계는 물품 부족과 가격 상승을, 농업 분야는 대중국 수출 급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26(현지시각) 악시오스(Axios)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으로 소매업계는 최소 20%의 수입 감소를, 농업 분야는 대중국 대두 수출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소매업계 "상품 품귀와 가격인상 불가피"


전미소매업협회는 관세 인상이 지속될 경우 올해 하반기 미국의 수입이 최소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어사이트 리서치의 분석가 존 하몬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상품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미국 최대 소매기업인 월마트, 타겟, 홈디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1일 회의에서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심각한 제품 부족과 가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대기업들은 이러한 추가 비용을 공급업체에 떠넘기려 하고 있으며,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은 이달 초 "우리는 수십 년의 경험과 오랜 공급업체 관계를 맺고 있다"며 우위를 내비쳤다.

반면 중소 소매업체는 선택의 여지가 더 적다. 스케쳐스 USA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밴더모어는 "우리는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지만, 관세가 아니었다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먼은 "상품을 구할 수 없거나 소비자들이 관세 부담을 거부해 매출이 급감한다면, 일부 소매업체들은 심각하게 경영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프록터앤갬블, 베스트바이, 유니레버, 포드, 쉬인, 테무, 오토존, 에르메스 등 많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거나 실행에 옮겼다. 할로윈코스튬협회의 전무이사 미셸 보일스타인은 "회원사들이 주문 취소 사태를 보고하고 있으며, 할로윈 시즌에 맞춰 상품 재고를 확보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이 협회는 "긴급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할로윈이 무산되고 크리스마스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어사이트의 하몬은 "4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신학기 시즌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소매업체들이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대체 공급처를 찾으려 하겠지만, "버튼만 누르면 다른 공급업체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수출 급락..."14억 중국 시장은 대체 불가능"


무역분쟁의 영향은 농업 분야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의 자료에 따르면, 411일부터 17일까지 중국에 대한 대두 순판매량은 전주 대비 50% 감소했으며, 4주 평균과 비교하면 25% 줄었다. 더 심각한 것은 돼지고기 판매량으로, 전주 대비 72%, 4주 평균 대비 82%나 급감했다.

컨설팅 회사 커니의 식품·농업 기업 총괄책임자 롭 동고스키는 "이는 관세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배후에서 다른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다"고 악시오스에 설명했다.

미국대두협회의 경제학자 재키 홀랜드는 "현 상황은 이미 2018년 무역분쟁 때보다 더 악화됐다. 그 이유는 대두 생산에 필수적인 칼륨의 주요 공급국인 캐나다와도 무역 갈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민들은 판매가격뿐 아니라 공급망 여러 지점에서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농무부 해외 농업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43주차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량은 67800톤으로, 2022279900, 202314600, 2024222100톤과 비교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농부들은 매년 1760억 달러(253조 원) 이상의 농산물을 수출하며, 이 중 거의 10%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대두와 돼지고기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수출량의 일부만 잃게 된다 해도 경제적으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의 농부들은 국내 시장용 농산물 생산을 준비하라"고 주문했으나, 농업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돼지고기 수요는 정체돼 있어 수출 감소를 상쇄할 만한 국내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고스키는 "중국의 14억 인구는 대체하기 어려운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봄 파종 시즌이 본격화된 지금,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 농부들과 소매업체들은 어려운 한 해를 예상하고 있다. 미·중 비즈니스협의회 회장 숀 스타인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주 안에 상품이 바닥나기 시작할 것이고, 행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때가 늦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